1단계 — 생각 열기: 마음이 다쳤던 순간 (15분)
작은 쪽지를 한 장씩 나누어 줍니다. 이름은 쓰지 않습니다.
쪽지에 이렇게만 씁니다 — 학교나 어딘가에서 어떤 일, 어떤 말 때문에 마음이 다쳤던 순간 하나. 꼭 지켜야 할 약속이 하나 있어요. “누가” 그랬는지는 쓰지 않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일’과 ‘말’만 씁니다.
- 예를 들면 이렇게: “별명으로 놀림받았다”, “같이 놀자고 했는데 끼워 주지 않았다”
쪽지를 접어 상자에 모읍니다. 선생님이 몇 장을 읽어 주며 칠판에 비슷한 것끼리 묶어 봅니다. (놀리는 말 / 빼놓기 / 소문 내기 / 억지로 시키기…)
다 묶고 나서 함께 바라봅시다.
- 여러 사람이 비슷한 일을 적었네요. 왜 이런 일은 이렇게 자주 일어날까요?
- 이런 일을 겪으면 마음의 어디가 다치는 걸까요? 몸에 나는 상처와 무엇이 다를까요?
오늘부터 세 시간 동안, 이 상처의 정체와 그것을 막는 방법을 찾아갑니다.
2단계 — 공감 들여다보기: 그때 그 친구 마음은 (25분)
상황 카드 네 장을 모둠마다 나누어 줍니다. 카드 속 인물은 모두 가상의 친구입니다.
카드 1. 하람이는 이름 대신 놀리는 별명으로만 불립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장난인데 왜 그래?”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카드 2. 쉬는 시간마다 하는 단체 놀이에서 두리만 늘 빠집니다. 아무도 이유를 말해 주지 않습니다. 카드 3. 소은이가 한 사람에게만 말한 비밀이 며칠 만에 반 전체에 퍼졌습니다. 카드 4. 몇몇 아이들이 재하에게 자기들 가방을 들게 하고, 싫다고 하면 “그럼 너랑 안 놀아”라고 합니다.
모둠에서 카드 한 장씩 맡아 두 가지 질문에 답해 봅시다.
- 그때 그 친구 마음은 어땠을까요? 떠오르는 마음 낱말을 모두 적어 보세요. (속상하다, 무섭다, 창피하다, 혼자인 것 같다…)
- 힘은 어느 쪽이 컸나요? 여럿과 하나, 목소리 큰 쪽과 작은 쪽 — 이 장면에서 힘이 기울어져 있지는 않았나요?
모둠 발표를 듣고 나서 다 같이 찾아봅시다.
- 네 장면의 공통점이 보이나요? 한쪽은 여럿이거나 힘이 세고, 다른 한쪽은 혼자이거나 말하기 어렵습니다.
- 힘이 기울어져 있으면, 당하는 쪽은 왜 “하지 마”라고 말하기 어려울까요?
- 당하는 친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건 괜찮다는 뜻일까요?
3단계 — 개념 만나기: 사람이라서 갖고 태어나는 것 (20분)
우리나라 헌법 제10조를 함께 소리 내어 읽어 봅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존엄’이라는 말이 어렵지요. 이렇게 물어보면서 뜻을 찾아갑시다.
- 이 존엄은 착한 일을 해야 받는 상일까요? 공부를 잘해야 생기는 것일까요?
- 헌법은 “모든 국민”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아기도, 실수를 많이 한 사람도 갖고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존엄은 ‘잘해서, 착해서, 공부 잘해서’ 받는 상이 아니라 사람이라서 처음부터 갖고 태어나는 것입니다. 상이 아니기 때문에 빼앗을 수도 없고, 스스로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2단계의 네 친구가 아무리 조용히 있었어도, 그 친구들의 존엄은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함부로 밟은 것이지요.
멀리 독일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요. 독일은 오래전 나치라는 정부가 사람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수많은 생명을 해친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독일 사람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깊이 반성하며 1949년에 새 헌법(기본법)을 만들었는데, 그 맨 첫 조문인 제1조에 이렇게 썼습니다 — “인간의 존엄은 침해될 수 없다.” 가장 지키고 싶은 약속을 맨 앞에 둔 것입니다.
우리 헌법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습니다. 제37조 제2항은 필요할 때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그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아무리 규칙을 만들어도 건드리면 안 되는, 심장 같은 부분이 있다는 뜻이에요. 사람의 존엄이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이제 우리 교실로 돌아옵시다. 별명으로 놀리는 일, 빼놓는 일은 왜 ‘그냥 장난’이 아닐까요? 헌법의 말로 한 문장씩 말해 봅시다.
4단계 — 역할극: 결말을 바꾸는 사람들 (20분)
모둠별로 2단계의 상황 카드 중 하나를 고릅니다. 실제 우리 반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라, 카드 속 가상의 이름으로만 연기합니다.
1막 — 존엄이 다치는 장면 (30초) 카드의 장면을 짧게 보여 줍니다. 길게 할 필요 없어요. 어떤 말, 어떤 행동에서 존엄이 다치는지가 드러나면 충분합니다.
2막 — 결말 바꾸기 (1분) 같은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연기하되, 이번에는 누군가 한 사람이 다르게 행동해서 결말을 바꿉니다.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 중에서 고르세요.
- 멈추게 하는 한마디 — “그만해, 그건 장난이 아니야.”
- 곁에 서 주는 행동 — 당하는 친구 옆으로 가서 “나랑 같이 가자.”
- 어른에게 알리기 —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본 것을 말하기 (이건 고자질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는 일입니다)
관객의 임무 보는 사람들은 탐정이 됩니다 — 어느 순간, 누구의 어떤 말과 행동에서 장면이 바뀌었나요? 역할극이 끝나면 찾아낸 ‘바뀐 순간’을 말해 봅시다.
모든 모둠의 발표가 끝나면 물어봅시다.
- 결말을 바꾼 사람은 힘이 센 사람이었나요, 용기를 낸 사람이었나요?
-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이 많을 때와, 한 사람이라도 움직일 때 — 무엇이 달랐나요?
5단계 — 만들기: 우리 반 존엄 약속 (30분)
이제 배운 것을 우리 반의 약속으로 만듭니다.
① 모둠 제안 (10분) — 모둠마다 ‘서로의 존엄을 지키는 원칙’을 1~2개 문장으로 제안합니다. 벌칙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약속의 말로 씁니다. (예: “이름은 그 사람이 불리고 싶은 대로 부른다”, “놀이에서 아무도 빼놓지 않는다”)
② 토의 (10분) — 제안을 칠판에 모으고 함께 다듬습니다. 토의에도 존엄이 있어야겠지요. 두 가지 대화 원칙을 지킵니다.
- 끝까지 듣기 — 말이 끝나기 전에 끊지 않습니다.
- 사람 말고 행동에 대해 말하기 — “그 의견은 이런 점이 걱정돼”는 되지만, “너는 왜 맨날 그래”는 안 됩니다.
③ 투표와 서명 (10분) — 투표로 3~5개를 채택합니다. 채택된 약속을 큰 종이에 옮겨 적고, 원하는 사람이 모두 서명해 교실에 게시합니다.
우리 반에 이미 학급 규칙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그 규칙을 존엄의 눈으로 점검해 봅시다.
- 누군가를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 주는 벌칙은 없나요?
- 규칙이 모두를 지켜 주고 있나요, 아니면 누군가를 겨누고 있나요?
고치고 싶은 규칙이 있다면, 오늘 배운 대화 원칙으로 고쳐 봅시다.
6단계 — 정리와 성찰 (10분)
공책에 한 문장을 완성해 봅시다.
“존엄이란 ______ 이다.”
정답은 없습니다. 오늘 세 시간을 지나온 나만의 문장이면 됩니다. 원하는 사람이 발표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실천 과제 하나 — 존엄을 지키는 말을 이번 주에 한 번 실제로 해 보고, 어떤 말을 했는지 한 줄로 적어 옵니다. 멈추게 하는 한마디여도, 곁에 서 주는 말이어도, 불리고 싶은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어도 좋습니다.
선생님 메모
- 차시 배분 권장: 1차시 = 1
2단계 / 2차시 = 34단계 / 3차시 = 5~6단계. - 1단계 익명 쪽지에서 실제 가해·피해가 드러나면 그 쪽지는 수업 소재로 사용하지 마세요. 수업과 분리해 해당 학생과 별도 상담으로 전환하고, 필요하면 학교의 상담·생활지도 절차로 연결합니다. 쪽지를 소리 내어 읽기 전에 교사가 먼저 훑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 4단계 역할극에서 실제 사건·실제 학생을 재연하지 않도록 반드시 카드 속 가상의 이름(하람·두리·소은·재하)만 사용하게 하세요. “우리 반에서 있었던 일로 하자”는 제안이 나오면 부드럽게 막아 주세요. 당한 역할을 맡은 학생이 힘들어하면 언제든 역할을 바꾸거나 멈출 수 있음을 미리 알려 줍니다.
- 학교폭력이 의심되는 경우 학교폭력 신고·상담 전화 117(전국 어디서나 국번 없이, 24시간)로 연계할 수 있습니다. 문자는 #0117로도 접수됩니다. 학생들에게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정보로 알려 주세요.
- 연계 자료: 제10조 인간의 존엄 · 쟁점: 학교폭력 · 우리 반 법 만들기 — 5단계의 존엄 약속을 학급 법 만들기 수업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이 수업은 독일 연방정치교육원(bpb)의 초등 정치교육 사이트 HanisauLand의 ‘인간의 존엄(Menschenwürde) 수업 단원’을 한국 헌법 제10조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