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 말 없는 그림 (15분)
이 그림을 화면에 크게 띄웁니다. 그리고 —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1분쯤 조용히 기다립니다. 이 침묵이 오늘 수업의 핵심 장치예요. 선생님이 먼저 설명하지 않아야, 학생들의 눈과 입이 먼저 움직입니다. “이게 뭐지?”, “가운데 있는 건 상자인가?” — 누군가 웅성거리기 시작하면, 그때 천천히 물어봅니다.
- 그림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 가운데에 있는 곳간은 무엇일까요?
- 곳간 안의 돈과 빵은 어디서 왔을까요?
학생들의 말을 고치지 말고 그대로 칠판에 받아 적습니다. “저금통이에요”, “다 같이 나눠 먹으려는 거예요”, “누가 훔쳐 가면 어떡해요” — 엉뚱해 보이는 말도 모두 적어 두세요. 이 말들이 수업 끝까지 쓰이는 재료가 됩니다.
2단계 — 개념 만나기: 혼자서는 감당 못 하는 일 (20분)
칠판에 적힌 말들을 함께 보며 물어봅니다.
- 그림 속 사람들을 다시 보세요. 어린이, 나이 드신 분, 휠체어를 탄 사람, 아기를 안은 부모, 일하는 사람, 청년 — 서로 많이 다르지요. 그런데 왜 한 원 안에 서 있을까요?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큰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갑자기 아플 수 있고, 사고를 당할 수 있고, 누구나 언젠가는 나이가 들고, 어른들은 일자리를 잃기도 합니다. 문제는 — 그 일이 나에게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약속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모두가 평소에 조금씩 미리 내어 곳간을 채워 두고, 큰일을 당한 사람이 생기면 그 곳간에서 꺼내 돕기로요. 이렇게 서로 기대어 함께 견디는 것을 연대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동 곳간이 실제로 있어요. 이름을 하나씩 맞혀 봅시다.
| 이런 일이 생기면… | 이 곳간이 돕습니다 |
|---|---|
| 아플 때 | 건강보험 |
| 나이 들었을 때 | 국민연금 |
| 일자리를 잃었을 때 | 고용보험 |
| 일하다 다쳤을 때 | 산재보험 |
이 네 가지를 4대 사회보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곳간이 있어요 — 바로 세금입니다. 우리가 다니는 학교, 불을 꺼 주는 소방서,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은 모두 이 곳간에서 나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돈 내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것도 헌법 제31조 제3항이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고 약속했기 때문이에요.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이 조문이 공동 곳간의 뿌리예요. 그리고 제38조는 모두가 세금을 내어 곳간을 채우겠다는 약속입니다. 곳간에서 꺼내 쓸 권리와, 곳간을 채울 약속 — 둘은 한 쌍이지요.
- 그림 속 곳간의 돈과 빵은 어디서 왔을까요? 이제 처음보다 더 자세히 말할 수 있나요?
3단계 — 활동: 우리 반 공동 곳간 놀이 (20분)
이제 곳간을 직접 만들어 봅니다.
준비물: 학생 한 명당 종이 쿠폰 10장, ‘무슨 일이 생겼나’ 카드 한 벌, 곳간 상자 1개
놀이 방법
- 모두가 쿠폰 10장을 받습니다. 그중 2장씩 곳간 상자에 냅니다.
- 한 명씩 ‘무슨 일이 생겼나’ 카드를 뽑습니다. 카드에는 이런 일들이 적혀 있어요.
- “감기에 걸렸다 — 병원비 쿠폰 3장이 필요하다”
- “자전거가 고장 났다 — 수리비 쿠폰 4장이 필요하다”
- “아무 일도 없었다”
- 큰일 카드를 뽑은 사람은 곳간에서 쿠폰을 받아 해결합니다. 자기 쿠폰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 시간이 되면 두세 판 반복합니다. 판마다 뽑는 카드가 달라지겠지요.
놀이가 끝나면 둘러앉아 물어봅니다.
- 아무 일 없던 사람은 낸 쿠폰 2장을 돌려받지 못했어요. 그럼 손해를 본 걸까요?
- 다음 판에 큰일 카드를 뽑는 사람이 나일 수도 있다면, 생각이 달라지나요?
- 만약 곳간이 없었다면, 큰일 카드를 뽑은 친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4단계 — 토의: 연대는 손해일까 (15분)
칠판에 두 생각을 나란히 적습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생각 ① “건강한 내가 낸 돈으로 남이 치료받으면, 나는 손해다.”
생각 ② “누가 언제 아플지 아무도 모른다. 곳간은 모두의 안전망이니까,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두 생각 모두 어른들 세상에도 실제로 있는 생각이에요. 3단계 놀이에서 겪은 일과 연결해서, 각자 어느 쪽에 가까운지, 왜 그런지 이야기해 봅시다.
- 놀이에서 아무 일 없던 판, 여러분 마음은 어땠나요? 큰일 카드를 뽑았던 판에는요?
- 생각 ①처럼 모두가 곳간에 내지 않기로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조금 더 어려운 질문도 던져 봅니다.
- 곳간에 더 많이 낼 수 있는 사람과, 적게 낼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면 — 어떻게 나누어 내는 게 공정할까요? 모두 똑같이? 아니면 형편에 따라 다르게?
선생님은 어느 쪽 손도 들어 주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놀이의 경험과 그림의 기억으로 스스로 저울질하게 두세요.
5단계 — 정리와 성찰 (10분)
공책에 한 문장을 완성해 봅시다.
“연대란 ______ 이다.”
정답은 없습니다. 오늘 그림에서 시작해 놀이와 토의를 지나온 나만의 문장이면 됩니다. 원하는 사람이 발표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 나라의 큰 곳간 말고, 우리 반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연대를 한 가지 적어 봅시다.
- 예를 들면: 준비물을 깜빡한 친구와 같이 쓰기, 아픈 친구에게 알림장 전해 주기, 무거운 것 같이 들기
적은 것 중 하나를 이번 주에 실제로 해 보기로 약속하며 수업을 마칩니다.
선생님 메모
- 차시 배분 권장: 1차시 = 1
3단계 / 2차시 = 45단계. (3단계 놀이를 1차시 끝에 시작만 하고, 2차시 첫머리에 한 판 더 해도 좋습니다.) - 1단계의 침묵을 견디는 것이 이 수업의 핵심입니다. 교사가 먼저 “이건 복지 제도 그림이에요”라고 설명하는 순간 기법이 무너집니다. 1분이 길게 느껴져도 기다려 주세요. 학생의 첫마디가 수업의 문을 엽니다.
- 3단계 놀이의 카드는 전부 가상 상황으로만 구성하세요. “우리 집도 실제로…” 같은 이야기가 나와 특정 학생의 실제 가정 형편이 화제가 되지 않도록, 카드 속 일은 모두 놀이 속 일임을 미리 약속해 둡니다. 보험료율이나 실제 금액 같은 수치는 다루지 않습니다.
- 연계 자료: 쟁점: 노인 무임승차와 세대 형평 — 4단계의 “공정하게 나누기” 질문을 세대 사이의 문제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쟁점: 파업할 권리와 시민의 불편 · 사람이라서 소중해 — 인간의 존엄 — 곳간이 지키려는 것이 결국 사람의 존엄임을 이어서 다룰 수 있습니다.
- 이 수업은 독일 연방정치교육원(bpb)의 초등 정치교육 사이트 HanisauLand의 ‘말 없는 그림(Stummer Impuls): 공동체와 연대’ 단원을 한국 헌법 제34조에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