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학부모님.
‘우리 아이 지금은’ 아홉 번째 편지입니다. 오늘은 아이가 어른의 말에 조목조목 따지고 들기 시작하는 시기, 12~13세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기,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왜요?”, “그건 이유가 뭔데요?”, “저번엔 이렇게 말했잖아요, 그건 모순이잖아요” — 이 무렵 아이는 부모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대신 이유를 캐묻고,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어제까지는 “안 돼”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던 아이가, 갑자기 “왜 저는 안 되고 형은 되는데요?”라며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부모는 당황스럽고 때로는 말문이 막히기도 합니다.
이 시기는 아이의 사고력이 크게 도약하는 때입니다. 눈앞의 사실뿐 아니라 원칙과 일관성, 형평성을 따지는 능력이 새로 생겨나면서, 어른의 말도 하나의 주장으로 놓고 검토할 수 있게 됩니다. 반박은 버릇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힘이 자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존엄의 눈으로 읽으면
헌법 제21조는 모든 사람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왜요?”는 그 권리의 아주 이른 실천입니다. 자기 생각을 갖고 그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존중받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존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몫입니다(제10조). 말대꾸라며 무조건 억누르면 아이는 생각하기를 멈추거나, 생각은 하되 말하지 않는 법을 배웁니다. 반대로 근거가 타당한 반박이라면 인정해 주는 집에서 자란 아이는,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면서도 다른 의견을 들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랍니다.
이렇게 말해 보세요
- “어른한테 말대꾸하지 마!” → “네 생각을 말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야?”
- “시끄러워, 하라면 해!” → “네 말에도 일리가 있네. 그 부분은 다시 생각해 볼게.”
- “네가 뭘 안다고 그래.” → “좋은 지적이야. 그런데 이 상황엔 이런 이유도 있어, 한번 들어볼래?”
- “그만 따지고 그냥 넘어가.” → “우리 둘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다른지 같이 짚어볼까?”
비결은 아이의 반박을 이기고 지는 싸움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근거가 타당하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부모의 입장에도 이유가 있다면 감정이 아니라 근거로 설명해 주세요. 근거로 대화하는 것을 매일 경험한 아이는, 훗날 다른 사람과도 근거로 토론할 줄 아는 시민으로 자랍니다.
이번 주에 한 가지만
이번 주, 아이가 타당한 이유로 반박하면 “말대꾸”라고 넘기지 말고 “네 말이 맞네” 하고 한 번은 인정해 주세요.
아이마다 발달의 속도와 모습은 다릅니다. 이 편지는 일반적인 경향을 소개할 뿐이니, 우리 아이만의 속도를 존중해 주세요. 행동이나 발달이 계속 걱정되실 때는 가까운 육아종합지원센터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늘 아이와 함께 애쓰시는 학부모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