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청구

국가가 가진 정보는 시민의 것입니다. 누구나, 이유를 밝히지 않고도 청구할 수 있는 '알 권리'의 사용법을 FAQ로 정리했습니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나요

출발점은 1989년의 한 헌법재판소 결정이었습니다. 조상 땅을 확인하려고 옛 임야조사서와 토지조사부의 열람·복사를 신청했는데 행정기관이 응하지 않자, 한 시민이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89년 9월 4일, 정보에 접근하고 수집할 자유, 곧 알 권리가 제21조의 표현의 자유에 당연히 포함되는 헌법상 권리라고 선언했습니다(88헌마22).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려면 먼저 충분한 정보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그 핵심에는 정부가 가진 정보의 공개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결정을 바탕으로 1996년 12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1998년 1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세계에서 13번째,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만들어진 정보공개법으로, 그 전에 1991년 청주시의회가 전국 최초의 정보공개 조례로 길을 연 일도 있었습니다. 국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통로라는 점에서, 이 제도는 제26조가 보장하는 청원권의 정신과도 이어집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나요

모든 국민입니다. 나이 제한이 없으므로 학생도 청구할 수 있고, 자격이나 직업도 따지지 않습니다. 국내에 주소를 두고 살거나 학술·연구를 위해 머무는 외국인, 국내에 사무소를 둔 외국 법인·단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시행령 제3조).

가장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청구 이유를 밝힐 필요가 없습니다. 공공기관은 “왜 이 정보가 필요하냐”를 기준으로 공개 여부를 정할 수 없습니다. 알 권리는 허락받는 권리가 아니라 행사하는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청구할 수 있나요

공공기관이 직무상 만들었거나 가지고 있는 정보라면 원칙적으로 모두 대상입니다. 문서, 대장, 도면, 사진, 전자파일 형태를 가리지 않습니다. 청구할 수 있는 곳도 넓습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회, 법원, 교육청, 학교, 공기업 같은 공공기관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생활 속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우리 학교 급식에 쓰인 식재료의 원산지 자료, 우리 동네 놀이터·도서관 공사에 든 예산 내역, 기관장이 쓴 업무추진비 내역, 정부 위원회의 회의록 같은 것들이 실제로 청구되고 공개되어 온 정보입니다.

어떻게 청구하나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정보공개포털(open.go.kr)입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 대한 청구를 이 한 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1. 정보공개포털에 접속해 본인 확인을 하고 청구서 작성 화면으로 갑니다.
  2. 어느 기관에,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적습니다. 기간·항목을 구체적으로 쓸수록 원하는 정보를 받기 쉽습니다.
  3. 받고 싶은 형태(전자파일, 사본, 열람 등)와 받는 방법을 고르고 청구 버튼을 누릅니다.
  4. 접수·처리 과정과 결정 통지를 같은 사이트에서 확인합니다.

온라인이 어렵다면 청구서를 우편·팩스로 보내거나 기관을 직접 방문해도 되고,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말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기관들이 미리 올려 둔 사전공표 정보와 원문 문서는 청구 없이 포털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답을 받나요

공공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토요일·공휴일 제외)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으면 10일 안의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는데, 이때는 연장 사실과 이유를 청구인에게 알려야 합니다. 결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포털에서 처리 상태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돈이 드나요

공개와 우편 발송에 드는 실제 비용은 청구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법 제17조). 다만 이미 전자파일로 있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으로 받으면 수수료 없이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종이 사본이나 CD 같은 매체로 받을 때 장수·매체에 따른 비용이 붙습니다. 공익 감시나 학술·연구 목적의 청구는 증빙을 내면 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공개되지 않는 것도 있나요

있습니다. 법 제9조 제1항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를 딱 여덟 가지로 정해 두었습니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1. 다른 법령이 비밀·비공개로 정해 둔 정보
  2. 국가안보·국방·통일·외교에 관한 것으로,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큰 정보
  3. 공개되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에 큰 지장을 줄 정보(범죄 피해자 보호시설의 위치 등)
  4. 진행 중인 재판이나 수사에 관련되어, 공개되면 공정한 재판·수사를 어렵게 할 정보
  5. 감사·시험·인사처럼 아직 결정 중인 내부 검토 사항으로, 공개되면 공정한 업무 수행에 큰 지장을 줄 정보
  6. 이름·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다만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직위 등은 공개 대상)
  7. 기업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로, 공개되면 정당한 이익을 크게 해칠 정보
  8. 공개되면 부동산 투기나 매점매석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정보

중요한 것은 이 여덟 가지가 “무조건 비공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비공개로 지키려는 이익과 공개로 얻는 알 권리·투명성의 이익을 그때그때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공개할 때에도 공공기관은 어느 조항의 어떤 이유인지 통지서에 밝혀야 합니다. “그냥 안 됩니다”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거부당하면 끝인가요

아닙니다. 세 갈래의 불복 절차가 있습니다.

  • 이의신청 — 비공개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그 기관에 다시 심의를 요구합니다. 기관은 심의회를 열어 원칙적으로 7일 안에 답해야 합니다.
  • 행정심판 — 통지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합니다. 소송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듭니다.
  • 행정소송 — 법원에 비공개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심판·소송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부분공개 라는 개념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한 문서에 개인정보 같은 비공개 부분이 섞여 있어도 문서 전체를 감출 수는 없고, 그 부분만 가린 채 나머지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얼마나 이용되고 있나요

행정안전부의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약 184만 건의 정보공개 청구가 있었습니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98년과 비교하면 약 70배로 늘어난 것으로, 전체 청구 가운데 90% 이상이 전부 또는 부분 공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는 이제 언론인과 시민단체만의 도구가 아니라 일상적인 시민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학생인 나도 쓸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청구권자에 나이 제한이 없으므로 초등학생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교실이나 동아리에서 해볼 만한 주제로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교육청에 우리 학교 급식 식재료의 원산지·검사 결과 자료 청구하기
  • 학교 체육관·화장실 보수 공사에 쓰인 예산 내역 청구하기
  • 구청에 우리 동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현황과 교통사고 통계 청구하기

청구서를 쓰고, 답을 받고, 때로는 “왜 이 부분은 비공개인가요”라고 따져 묻는 과정 전체가 살아 있는 민주주의 수업이 됩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독일은 연방 차원의 정보자유법(IFG)을 2006년에야 시행했습니다. 우리보다 8년 늦은 출발입니다. 이후 이용 건수가 꾸준히 늘었지만, 최근 연방 정부가 행정 부담을 이유로 청구 자격과 대상을 좁히는 방향의 개정 방침을 내놓으면서, 언론인 단체와 시민단체가 알 권리의 후퇴라고 비판하는 논쟁이 진행 중입니다. 한 번 만들어진 제도도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는 시민이 있어야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자료

생각해 볼 질문

  • 국가가 가진 정보를 “원래 시민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개인정보 보호와 알 권리가 충돌하면 어떻게 저울질해야 할까요?
  • 내가 지금 당장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어떤 정보를 어느 기관에 청구하고 싶나요?

🔗 관련 기본권

제21조 ·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6조 · 청원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