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야기일까요
대부분의 학부모와 교사는 아이를 함께 돕는 좋은 파트너입니다. 정당한 문의나 건설적인 의견 전달은 학교가 더 나아지는 데 꼭 필요하고, 학교도 이런 소통을 환영합니다.
그런데 드물지 않게, 선을 넘는 일도 일어납니다. 교사를 향한 폭언이나 협박, 수십 차례 반복되는 악의적인 민원,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무고하는 신고, 보복을 목적으로 한 소송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런 일을 겪는 교사들은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교단을 떠나거나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정당한 의견 제기와 ‘갑질’은 분명히 다릅니다. 문제를 알리고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모욕하고, 제도 밖의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행동은 권리 행사가 아니라 권리 침해입니다.
어떤 권리가 얽혀 있나요
교사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직장에서 폭언·협박·공갈을 당하지 않을 권리, 정당한 직무를 수행하면서 안전할 권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하여 가르치고 지도하는 활동, 즉 ‘교권’은 헌법 제31조가 규정하는 교육의 의무와 권리로부터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학부모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헌법 제31조는 자녀의 교육에 관여하고, 학교 운영에 의견을 낼 권리의 근거가 됩니다. 교육 현장에서 불합리한 일이 생겼을 때 이를 문제 삼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보호자로서 당연한 역할입니다.
문제는 그 권리가 타인의 존엄을 짓밟는 방식으로 행사될 때 발생합니다. 어떤 권리도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습니다.
헌법은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요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즉, 권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폭언·협박·폭행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이기도 합니다. 교사를 허위 사실로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행위는 무고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학교 또는 교육청에 정당한 민원을 제기하는 것과, 교사 개인을 수십 차례 압박하여 굴복시키려 하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입니다.
반대로, 교사의 권리도 한계 없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교육활동이 학생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핵심은 상호 존엄입니다 —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서로의 인격을 존중할 때 교육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교사의 존엄이 지켜질 때, 학생의 배울 권리도 더 잘 지켜집니다.
지위를 앞세운 갑질
일부 학부모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직업, 인맥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조인이나 고위 공직자 등 지위가 높은 학부모가 “소송하겠다”, “아는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교사를 위축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압박은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스스로 검열하게 만들어, 결국 학생에게도 피해가 돌아옵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습니다(제11조 제2항). 즉, 어떤 지위에 있든 그 지위가 다른 사람의 존엄을 누를 특권이 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특정 직업이나 신분 자체가 아니라, 그 지위를 권리 행사가 아닌 위협의 도구로 쓰는 행위입니다. 지위를 앞세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드는 것은 정당한 의견 제기가 아니라 갑질입니다.
오히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그 영향력을 공정하게 쓸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향력이 크면 상대방이 느끼는 압박도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이는 어느 직업군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 행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헌법 원칙의 자연스러운 귀결입니다.
정당한 의견 제기와 갑질을 구분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내용이 사실에 근거하는가. 둘째, 정해진 절차(담임 상담, 교감·교장 면담, 교육청 민원 창구)를 따르는가. 셋째, 상대방의 존엄을 존중하는 방식인가. 이 세 가지를 갖춘 소통이라면 지위와 무관하게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제도적 변화
2023년 9월, 이른바 ‘교권 보호 4법’(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2024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가 아닙니다.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 개정으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명시되었습니다.
- 학교 민원은 팀이 대응합니다. 학부모 민원을 교사가 혼자 감당하지 않고, 학교장 책임 아래 민원대응팀이 처리하도록 바뀌었습니다. 2024년 3월부터는 전국 단일 번호 1395로 교권침해 신고·상담·법률지원을 통합 제공하고 있습니다.
-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어 학교 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을 교육청이 직접 다루게 되었습니다.
- 소송 보호 공제사업으로 교원이 악의적 소송에 맞서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교육부는 심리상담과 치유를 위한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적 변화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 폭언이나 압박 대신 정당한 절차(담임 상담 → 교감·교장 면담 → 교육청 민원)를 이용하는 문화,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동반자로 여기는 관계가 중요합니다. 학교가 더 안전하고 나은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대부분의 교사와 학부모가 같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기 위한 제언
아래는 현재 시행 중인 제도가 아니라, 갈등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앞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제안입니다.
- 모두를 위한 기본권 교육: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도 권리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기본권 교육을 정규 이수 과정으로 두자는 제안입니다. 서로의 권리를 알면 갈등이 생겼을 때 위협 대신 존중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 공직자의 기본권 소양: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 채용·연수 과정에 헌법·기본권 소양 평가나 교육을 두어, 권한을 가진 사람일수록 기본권을 더 잘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제도적 권한과 헌법적 책임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 공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아래 지원처에 연락해 보세요.
흔한 오해 바로잡기
오해: “민원을 넣는 것 자체가 갑질이다”
사실: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학부모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갑질은 민원 그 자체가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거나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고 상대방의 존엄을 해치는 방식으로 압박할 때 성립합니다.
오해: “지위가 높은 사람의 말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어떤 지위나 직업도 다른 사람의 존엄을 누를 특권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영향력이 클수록 그것을 공정하게 쓸 책임도 커집니다.
오해: “교사는 공무원이니 어떤 요구든 받아줘야 한다”
사실: 교사도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 사람입니다. 정당한 직무 수행 중 폭언이나 협박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그런 행위는 권리 행사가 아니라 명백한 침해입니다.
생각해 볼 질문
- 정당한 민원과 ‘갑질’은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그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요?
- 교사의 존엄이 무너지면 교실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 권리를 주장할 때 지켜야 할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