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야기일까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다른 사진·영상에 합성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훨씬 쉬워졌습니다. ‘딥페이크(deepfake)‘라는 말은 이처럼 AI를 이용해 만들어진 합성 이미지나 영상을 가리킵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당사자의 동의 없이, 그리고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성적 이미지나 영상을 누군가의 얼굴을 이용해 만들거나, 당사자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찍힌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지인, 학교 동창, 유명인, 평범한 시민을 가리지 않습니다. 가해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단체 채팅방이나 온라인 플랫폼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이 왜 단순한 ‘장난’이나 ‘표현’이 아니라 심각한 권리 침해이자 범죄인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표현의 자유일까, 범죄일까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표현의 자유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이것은 중요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모든 권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제17조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합니다. 누군가의 얼굴을 이용해 성적 합성물을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존엄과 인격권을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사진이나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것 역시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존엄과 인격을 짓밟을 자유까지 포함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심각한 해를 끼치는 행위는 표현이 아니라 가해입니다.
현행 법률도 이 점을 분명히 합니다. 「성폭력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은 동의 없는 성적 합성물의 제작·유포뿐 아니라, 소지·시청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범죄로 다루는 행위입니다.
헌법은 어떻게 균형을 잡을까요
헌법 제37조는 기본권도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기준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와 존엄권이 충돌할 때, 헌법은 어느 한쪽을 무조건 우선시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두 권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따집니다.
그러나 성적 합성물의 경우, 피해자에게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줍니다. 한번 온라인에 퍼진 이미지나 영상은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플랫폼과 서버에 복사되고, 수년이 지난 뒤에도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록의 이런 영속성 때문에 피해자는 장기간 고통받게 됩니다.
이 때문에 법과 사회는 피해자 보호를 우선합니다. 가해자에게는 형사 처벌과 함께 민사 배상 책임이 따릅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신속한 삭제 의무가 부여됩니다. 피해자가 혼자 모든 과정을 감당하지 않도록, 국가와 지원 기관이 삭제 지원과 법률 도움을 제공합니다.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를 입은 것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이유에서도 그렇습니다.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아래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화 한 통으로 삭제 지원부터 법률 도움까지 연결됩니다.
증거를 남겨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해당 페이지의 주소(URL), 화면 캡처 등을 보관해 두면 신고와 삭제 요청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 증거를 모으기 위해 해당 콘텐츠를 다시 찾아보거나 저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확인한 것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합니다.
경찰(112)에 신고하면 사이버범죄 수사를 통해 가해자 처벌 절차가 진행됩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1366)는 유포된 영상·사진 삭제를 지원하고, 법률 전문가와 연결해 줍니다. 이 모든 지원은 무료입니다.
흔한 오해 바로잡기
오해: “장난으로 합성한 거라서 범죄는 아니다.”
사실: 동의 없이 성적인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 것은 만든 사람의 의도가 장난이었는지와 무관하게 범죄입니다.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존엄과 제17조가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는 ‘장난’이라는 이유로 침해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오해: “올렸다가 바로 지우면 문제없다.”
사실: 온라인에 한번 퍼진 이미지나 영상은 여러 플랫폼과 서버에 복제되어, 원본을 지워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만들지도, 유포하지도 않는 것이 중요하며, 피해가 발생했다면 최대한 빨리 신고하고 삭제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해: “피해자에게도 원인이 있다.”
사실: 어떤 사진이나 상황이었든, 동의 없이 합성물을 만들고 퍼뜨린 것은 전적으로 가해 행위를 한 사람의 잘못입니다. 피해자가 무엇을 했는지는 그 잘못을 조금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볼 질문
- 친구의 사진을 장난으로 합성해 올리는 것도 범죄가 될 수 있을까요?
- 표현의 자유와 다른 사람의 존엄이 부딪힐 때,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할까요?
- 한 번 퍼진 디지털 기록은 왜 되돌리기 어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