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과 기본권

미래 세대의 필요를 해치지 않는 발전 — 유엔의 17개 목표(SDGs)를 우리 헌법의 눈으로 읽고, 민주주의와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일까요

이 말의 고향은 뜻밖에도 300년 전의 숲입니다. 1713년 독일의 산림 관리 책임자였던 한스 카를 폰 카를로비츠는 『Sylvicultura oeconomica(산림경제론)』라는 책에서, 광산에 쓸 목재가 바닥나는 것을 걱정하며 한 가지 원칙을 내놓았습니다. 숲이 다시 자라나는 만큼만 나무를 베어야, 숲도 사람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다 써 버리면 내일이 없다는 이 단순한 지혜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태어났습니다.

숲의 지혜가 세계의 언어가 된 것은 1987년입니다. 유엔의 세계환경발전위원회(브룬틀란 위원회)는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 지구는 우리가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지속가능성은 흔히 세 개의 기둥으로 설명됩니다. 환경(생태계가 버틸 수 있는가), 경제(살림이 유지될 수 있는가), 사회(그 과정이 공정한가). 셋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발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리 헌법도 이 생각과 닿아 있습니다. 제35조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환경보전을 국가만의 일도 개인만의 일도 아닌 모두의 의무로 정해 두었습니다.

유엔의 17가지 약속 — SDGs

2015년 9월, 유엔총회에 모인 193개 회원국은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인류가 함께 이루기로 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169개의 세부목표가 여기에 담겼습니다. 빈곤과 기아를 끝내고, 모두에게 교육과 건강을 보장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평화로운 제도를 세우자는 약속입니다.

이 의제의 표어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입니다. 평균이 올라가도 뒤처진 사람이 있다면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발전의 성적표를 ‘얼마나’가 아니라 ‘누구까지’로 매기겠다는 선언입니다. 한국도 이 흐름에 맞춰 2018년 12월, 우리 실정에 맞게 다듬은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했습니다.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KOREA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K-SDGs)

목표 1 빈곤퇴치 목표 2 기아종식 목표 3 건강과 웰빙 목표 4 양질의 교육 목표 5 성평등 목표 6 깨끗한 물과 위생 목표 7 적정 가격의 깨끗한 에너지 목표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목표 9 산업, 혁신, 사회기반 시설 목표 10 불평등 감소 목표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역사회 목표 12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목표 13 기후 행동 목표 14 수생태계 보전 목표 15 육상생태계 보전 목표 16 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 목표 17 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 K-SDGs

이미지: 지속가능발전포털 공식 심볼(출처 표시·비상업·변경 없음). 이 페이지의 내용은 유엔이 승인한 것이 아니며 유엔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17개 목표를 헌법으로 읽으면

SDGs는 국제사회의 약속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헌법이 이미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들과 놀랍도록 겹칩니다. 대표적인 목표 몇 가지만 헌법 조문 옆에 놓아 보겠습니다.

SDGs 목표이어지는 우리 헌법 조항
1 빈곤퇴치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3 건강과 웰빙제35조 환경권 · 제36조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4 양질의 교육제31조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
5 성평등제11조 평등권 · 제36조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제32조 근로의 권리 · 제33조 노동3권
10 불평등 감소제11조 법 앞의 평등
13 기후 행동제35조 환경권과 환경보전 의무
16 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제10조 인간의 존엄 · 제27조 재판을 받을 권리

이렇게 놓고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지속가능발전은 헌법 밖의 새로운 숙제가 아니라, 헌법이 약속한 기본권을 미래 세대까지 포함해 지키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17개 목표는 결국 한 곳으로 모입니다 — 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제10조입니다. 빈곤을 끝내는 것도, 기후를 지키는 것도, 모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목표끼리 부딪힐 때

17개 목표가 언제나 사이좋게 가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성장(8번)을 서두르면 온실가스와 자원 소비가 늘어 기후 행동(13번)이나 생태계 보전(14·15번)과 부딪힐 수 있습니다. 공장을 더 짓는 것이 일자리에는 약이지만 강과 숲에는 부담이 될 수 있고, 급하게 배출을 줄이면 그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어느 목표를 앞세우고 그 부담을 누가 질지는 계산기로 답이 나오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익과 가치가 맞서는 정치적 협상과 민주적 결정의 문제입니다. 성장과 생태를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기술 혁신에 기대를 거는 입장도 있고, 성장 자체를 다시 물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열려 있는 논쟁이고, 그 답은 결국 시민들이 토론과 선거와 참여로 만들어 가게 됩니다.

지속가능성과 민주주의

여기서 까다로운 딜레마가 하나 나타납니다. 민주주의는 느립니다. 토론하고, 설득하고, 표결하고, 다시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기후의 시간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전문가나 강한 권력에게 맡기는 게 낫지 않냐”는 유혹이 고개를 듭니다.

그러나 반대편의 답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민의 동의 없이 밀어붙인 전환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수십 년을 버텨야 하는 정책일수록 사람들이 스스로 납득하고 선택한 것이어야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전문가는 사실을 밝힐 수 있지만, 그 사실 앞에서 무엇을 감수하고 무엇을 지킬지는 주권자인 시민이 정할 몫입니다. 민주주의는 지속가능성에 너무 느린 걸림돌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이 지속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들도 이 문제에 답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감축 부담을 미래로 미룬 자국 기후보호법이 미래 세대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을 선언했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2024년 8월 29일, 2031년 이후의 감축 목표를 비워 둔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에 헌법불합치를 결정했습니다(2020헌마389등). 두 결정을 관통하는 논리가 바로 브룬틀란 보고서의 정의와 같은 세대 간 형평입니다. 오늘의 미루기는 내일의 자유를 당겨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시민이 직접 숙의한 경험도 있습니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졌고, 시민참여단 471명이 한 달 가까이 자료를 읽고 토론한 끝에 ‘건설 재개, 다만 원전 비중은 줄여 가는 방향’을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첨예한 에너지 문제를 시민의 숙의로 다뤄 본 실험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성과 민주주의를 잇는 하나의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배움으로 잇기 — 지속가능발전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은 별도의 과목이 아닙니다. 수학 시간에 에너지 통계를 읽고, 사회 시간에 부담의 공정한 배분을 토론하고, 급식과 학교 매점에서 소비를 다시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배움에 걸쳐 있는 하나의 관점입니다. 유네스코는 ‘ESD for 2030’ 프로그램으로 이 교육을 세계 교육 의제의 중심에 두고 있고, 한국의 2022 개정 교육과정도 총론에 생태전환교육을 반영하여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교육의 과제로 삼았습니다.

지식을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 앞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참여하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 — 그것은 제31조가 말하는 교육받을 권리가 미래를 향해 뻗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볼 질문

  • “다시 자라나는 만큼만 벤다”는 300년 전 숲의 원칙을, 오늘의 내 생활에 적용한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 17개 목표 중 서로 부딪힐 수 있는 두 가지를 골라 봅시다.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에 먼저 힘을 싣고, 밀려난 쪽의 손해는 어떻게 메우겠나요?
  • 미래 세대는 아직 투표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민주주의가 그들의 몫을 대신 헤아리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요?

🔗 관련 기본권

제35조 · 환경권제34조 ·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1조 · 교육을 받을 권리제10조 ·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