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의제란 무엇인가요
2015년 9월, 유엔총회에 모인 193개 회원국은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2030년까지 인류가 함께 이루기로 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그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의제는 다섯 개의 P로 요약됩니다. 사람(People), 지구(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 — 사람과 지구를 함께 지키면서, 평화로운 제도와 국제 협력으로 번영을 나누자는 약속입니다.
이 의제의 표어는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입니다. 나라 전체의 평균이 올라가도 가장 뒤처진 사람이 그대로라면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발전의 성적을 ‘얼마나’가 아니라 ‘누구까지’로 매기겠다는 이 관점은, 모든 사람의 존엄을 출발점으로 삼는 우리 헌법의 기본권 목록과 자연스럽게 만납니다.
진척도는 어떻게 측정하나요
약속은 재어 보아야 지켜집니다. 17개 목표 아래에는 169개의 세부목표가 있고, 그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글로벌 지표 체계가 유엔 통계위원회에서 합의되어 있습니다. 유엔은 이 지표들을 바탕으로 매년 『지속가능발전목표 보고서』를 펴내 세계 전체의 진척과 후퇴를 점검합니다.
한국의 성적표도 매년 나옵니다. 통계 당국의 통계개발원(현 국가통계연구원)은 2021년부터 해마다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를 국문과 영문으로 발간하여, 17개 목표별 한국의 현황을 시계열과 OECD 국가 비교로 보여줍니다. 아래 각 목표의 ‘한국의 현주소’도 상당 부분 이런 공식 통계에서 나온 것입니다. 정부 통계만으로 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는 시민사회 단체들이 자체 보고서와 감시 활동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상충하는 목표는 없나요
있습니다. 경제성장(목표 8)을 서두르면 온실가스와 자원 소비가 늘어 기후 행동(목표 13)이나 바다와 숲의 보전(목표 14·15)과 부딪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출을 급하게 줄이면 그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목표 8)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17개 목표는 한 몸이지만, 어느 것을 앞세우고 그 부담을 누가 질지는 계산기가 정해 주지 않습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이익과 가치가 맞서는 정치적 협상과 민주적 결정의 문제이고, 그래서 시민의 몫입니다.
17개 목표, 하나씩 봅시다
이제 목표 1부터 17까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각 목표마다 유엔이 지향하는 바, 검증된 통계로 본 한국의 현주소 한 가지,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 헌법 조항을 나란히 놓았습니다. 관심 가는 목표부터 골라 읽어도 좋습니다.
목표 1 빈곤퇴치
모든 곳에서 모든 형태의 빈곤을 끝내자는 목표입니다. 하루 몇 달러로 연명하는 극단적 빈곤만이 아니라, 각 사회의 기준에서 사람답게 살기 어려운 상태 전부가 대상입니다. 한국에서 이 목표의 가장 아픈 지점은 노인입니다. 66세 이상의 상대적 소득빈곤율이 39.7%(2022년)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국가에게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과 사회보장 증진 의무를 지운 제34조가 바로 이 목표의 헌법적 짝입니다.
목표 2 기아종식
기아를 끝내고 식량안보와 영양 개선을 이루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세우자는 목표입니다. 굶주림이 드물어진 한국에서 이 목표는 ‘먹거리를 얼마나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2년 기준 약 20%로, 소비하는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기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시장이 흔들리면 밥상이 흔들린다는 뜻이고, 이는 제34조가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의 물적 토대에 관한 문제입니다.
목표 3 건강과 웰빙
모든 연령의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웰빙을 증진하자는 목표입니다. 한국은 건강보험과 의료 접근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마음의 건강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자살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24.8명(2023년)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마음이 힘들 때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정한 제36조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정한 제35조가 이 목표와 이어집니다.
목표 4 양질의 교육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 기회를 보장하자는 목표입니다. 양적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 최상위입니다. 25~34세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70.6%(2024년)로 OECD 1위입니다. 남는 질문은 그 교육이 얼마나 공평하고, 얼마나 사람을 기르는가입니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정한 제31조는 교육의 ‘양’만이 아니라 ‘균등’을 약속한 조항입니다.
목표 5 성평등
성평등을 달성하고 모든 여성과 여아의 역량을 강화하자는 목표입니다. 한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는 임금입니다. 성별 임금격차가 30.7%(2023년)로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를 크게 웃도는 최고 수준입니다. 법 앞의 평등과 성별에 의한 차별 금지를 선언한 제11조, 그리고 혼인과 가족생활이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어야 한다고 정한 제36조가 이 목표의 헌법적 근거입니다.
목표 6 깨끗한 물과 위생
모두에게 물과 위생시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하자는 목표입니다. 세계에는 아직 안전한 식수 없이 사는 사람이 수억 명에 이르지만, 한국의 상수도 보급률은 99.4%(2022년)에 이릅니다. 남은 과제는 수돗물에 대한 신뢰, 수질 관리, 그리고 도시와 농어촌 사이의 마지막 격차입니다. 깨끗한 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의 최소 조건이라는 점에서 제35조의 환경권과 직결됩니다.
목표 7 적정 가격의 깨끗한 에너지
모두에게 적정한 가격의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현대적 에너지를 보장하자는 목표입니다. 한국은 에너지 접근성 자체는 높지만 ‘깨끗한’에서 뒤처져 있습니다. 최종에너지 소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3.6%(2020년)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었고, 발전량 기준으로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0.6%(2024년)에 머물러 있습니다.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곧 어떤 환경에서 살 것인가의 문제이므로, 이 목표도 제35조와 이어집니다.
목표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지속적이고 포용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모두를 위한 완전하고 생산적인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이루자는 목표입니다. 성장의 숫자만이 아니라 그 성장이 만드는 일자리의 질 — 안전, 임금, 노동시간, 목소리 낼 권리 — 을 함께 묻는 것이 이 목표의 핵심입니다. 근로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제32조, 그리고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제33조가 ‘양질의 일자리’의 헌법적 이름입니다.
목표 9 산업, 혁신, 사회기반 시설
회복력 있는 사회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산업화와 혁신을 촉진하자는 목표입니다. 한국은 혁신 투자에서 세계 선두권입니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5.13%(2024년)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과제는 그 혁신의 과실이 대기업과 수도권을 넘어 얼마나 넓게 퍼지는가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경제활동에 뛰어들 수 있게 하는 제15조의 직업의 자유가 혁신의 기본권적 토대입니다.
목표 10 불평등 감소
국가 안의, 그리고 국가 사이의 불평등을 줄이자는 목표입니다. 소득만이 아니라 나이·성별·장애·출신에 따른 배제까지 포괄하는 넓은 목표로, 앞서 본 노인 빈곤(목표 1)과 성별 임금격차(목표 5)는 한국의 불평등이 어디에 고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들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법 앞의 평등을 선언한 제11조가 이 목표의 헌법적 심장입니다.
목표 11 지속가능한 도시와 지역사회
도시와 주거지를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자는 목표입니다. 한국의 특수한 현실은 쏠림입니다. 국토 면적의 약 12%인 수도권에 2019년 말부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주거·환경 부담과 비수도권의 소멸 위기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것입니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와 국가의 주택개발 노력 의무를 담은 제35조, 주거의 평온을 보호하는 제16조가 이 목표와 이어집니다.
목표 12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을 보장하자는 목표입니다. 만들고 쓰고 버리는 방식 전체를 바꾸자는 것으로, 한국의 시험대는 플라스틱입니다. 1인당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2019년 기준 연간 약 90kg으로 OECD 평균의 두 배를 넘습니다. 배달과 택배가 일상이 된 뒤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환경보전을 국가와 국민 모두의 의무로 정한 제35조는 소비자인 우리 각자를 향한 조항이기도 합니다.
목표 13 기후 행동
기후변화와 그 영향에 맞서 긴급한 행동을 취하자는 목표입니다. 한국에서 이 목표는 이미 헌법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8월 29일,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조항에 대해 미래의 부담을 뒤로 미룬 것이라며 헌법불합치를 결정했습니다(2020헌마389등). 기후 대응이 정책의 선택지가 아니라 제35조의 환경권에서 나오는 국가의 의무임을 확인한 결정입니다.
목표 14 수생태계 보전
대양·바다·해양자원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자는 목표입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자산 중 하나가 갯벌입니다.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의 「한국의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멸종위기 철새를 포함한 수많은 생물의 서식지로서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지키는 일은 이제부터입니다. 바다 생태계 역시 제35조가 말하는 보전해야 할 환경의 일부입니다.
목표 15 육상생태계 보전
육상생태계를 보호·복원하고 숲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며 사막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막자는 목표입니다. 한국에는 세계에 내놓을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전쟁으로 민둥산이 되었던 국토를 수십 년의 조림으로 되살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해진 산림 복구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평가받은 것입니다. 복원의 경험을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잇는 것이 다음 과제이며, 그 헌법적 근거 역시 제35조입니다.
목표 16 평화, 정의, 강력한 제도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를 촉진하고, 모두에게 사법 접근을 보장하며,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제도를 세우자는 목표입니다. 제도의 청렴에 관한 한국의 성적은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로 볼 수 있는데, 2024년 100점 만점에 64점으로 180개국 중 30위 — 역대 가장 좋은 순위이지만 여전히 선진 민주주의의 앞줄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모든 제도의 존재 이유를 밝힌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누구나 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한 제27조의 재판청구권이 이 목표의 헌법적 표현입니다.
목표 17 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
이행 수단을 강화하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되살리자는 목표입니다. 앞의 16개 목표를 실제로 굴러가게 하는 재원·기술·협력의 목표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는 2024년 39.4억 달러, 국민총소득 대비 0.21%로 역대 최대였지만 유엔이 권고하는 0.7%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칩니다. 이 목표는 특정 기본권 조항 하나에 대응하기보다, 헌법 전문이 말하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려는 다짐처럼 모든 기본권이 실현되기 위한 조건에 해당합니다. 빈곤도 기후도 한 나라의 담장 안에서는 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출처와 더 읽을거리
이 자료집의 통계와 사실은 다음 공식 자료들에 근거했습니다.
- 국가통계연구원(구 통계개발원),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각 연도 — 노인 상대적 빈곤율, 재생에너지 비중 등
- OECD 통계 — 성별 임금격차(2023), 66세 이상 상대적 소득빈곤율(2022)
- 통계청, 사망원인통계(2023) — 자살사망률
-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OECD 교육지표 2025」 —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2024)
- 농림축산식품부 — 곡물자급률(2022) / 환경부 — 상수도 보급률(2022)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활동조사 — GDP 대비 연구개발비(2024)
- 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2020헌마389등 결정 —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2021) — 한국의 갯벌 /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 산림 복구 평가
-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CPI) 2024 / 국무조정실 — 2024년 ODA 실적
숫자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목표들이 서로 부딪힐 때 민주주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속가능성과 민주주의 (3권)에서 이어서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