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인가요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은 1713년 독일의 산림 관리인 카를로비츠가 “숲이 다시 자라나는 만큼만 베어야 한다”고 쓴 데서 태어났고, 1987년 유엔 브룬틀란 위원회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가 이를 세계의 언어로 만들었습니다. 그 정의는 이렇습니다. 미래 세대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
이 한 문장에는 두 개의 열쇠말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필요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는 무한한 욕망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것 — 먹을 것, 깨끗한 물, 살 곳, 배움, 건강 — 을 가리키며, 브룬틀란 보고서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를 가장 앞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둘째는 능력입니다. 미래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오늘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정의는 그들에게 무엇을 줄지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조건(비옥한 땅, 안정된 기후, 작동하는 제도)을 무너뜨리지 말자고 약속합니다.
그런데 그 ‘조건’을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를 두고 학자들의 생각이 갈립니다. 약한 지속가능성 입장은 자연자본이 줄어도 기술과 지식, 인공자본이 그만큼 늘어나 전체 자본의 합이 유지되면 된다고 봅니다. 숲이 줄어도 더 좋은 정수 기술이 있으면 된다는 식입니다. 반면 강한 지속가능성 입장은 안정된 기후나 생물다양성처럼 한번 무너지면 어떤 기술로도 되살릴 수 없는 자연자본이 있으므로, 이것만은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따로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지금도 열려 있는 논쟁이고, 무엇을 ‘대체 가능’하다고 볼지에 대한 판단이 곧 각국 환경 정책의 강도를 좌우합니다.
지속가능성의 여러 차원은 무엇인가요
지속가능성을 그림으로 그리는 방법도 하나가 아닙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3기둥 모델입니다. 환경·경제·사회라는 세 기둥이 지붕을 떠받치는 그림으로, 세 영역이 동등하게 중요하며 어느 하나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이해하기 쉽고 균형을 강조한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세 기둥이 따로 서 있어서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지 못하고, 셋이 충돌할 때 무엇을 앞세울지도 말해 주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래서 대안 모델들이 나왔습니다.
- 생태 우선 모델 — 세 개의 동심원을 그립니다. 경제는 사회 안에서만 굴러가고, 사회는 지구 생태계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므로, 가장 바깥의 환경이 나머지 모두의 전제 조건이라는 그림입니다. 강한 지속가능성 쪽에 가까운 발상입니다.
- 통합 모델 — 세 원이 겹치는 벤다이어그램입니다. 환경·경제·사회를 따로 챙기는 것이 아니라, 세 영역이 만나는 한가운데에서 내려지는 결정만이 진짜 지속가능하다고 봅니다. 세 기둥 사이의 연결과 긴장을 드러내는 것이 장점입니다.
- 확장 모델 — 여기에 예술과 전통, 다양성 같은 문화,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제도와 시민 참여 같은 정치를 네 번째·다섯 번째 차원으로 추가하자는 제안입니다. 아무리 좋은 목표도 그것을 결정하고 실행할 민주적 제도가 없으면 종이 위의 그림에 그친다는 문제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모델이 옳은가 역시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닙니다. 각 모델은 세계를 다르게 요약하는 안경이고,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다르게 평가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떤 모델을 전제로 말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아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정치적 목표가 되었나요
숲의 원칙이 세계 정치의 의제가 되기까지는 몇 개의 굵직한 계단이 있었습니다.
- 1972년 — 『성장의 한계』. 민간 연구 모임인 로마클럽이 내놓은 이 보고서는 인구·산업·자원 소비가 지금 속도로 늘어나면 지구가 성장을 지탱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고 컴퓨터 모델로 경고했습니다. 성장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전후의 믿음에 처음으로 굵은 물음표를 단 책입니다.
- 1972년 — 스톡홀름 유엔인간환경회의. 같은 해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최초의 유엔 회의가 열려 ‘인간환경선언’(스톡홀름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환경이 개별 국가의 국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의 의제가 된 출발점입니다.
- 1987년 — 브룬틀란 보고서. 유엔 세계환경발전위원회가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위에서 본 지속가능발전의 정의를 내놓았습니다. 환경 보호와 빈곤 극복을 맞서는 목표가 아니라 하나로 묶은 것이 이 보고서의 결정적 기여입니다.
- 1992년 — 리우 지구정상회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 세계 정상들이 모여 ‘리우 선언’과 실천 계획인 ‘의제21’을 채택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이 선언을 넘어 각국이 실행해야 할 프로그램이 된 순간입니다.
의제21과 2030 의제는 무엇인가요
의제21(Agenda 21)은 리우에서 채택된 21세기를 위한 실천 계획서입니다. 빈곤, 소비, 대기, 폐기물, 여성과 청소년의 역할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을 담았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은 중앙정부 혼자 할 수 없고, 지역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각 지방정부가 주민과 함께 자기 지역의 실천 계획을 만드는 지방의제21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도 이 흐름에 일찍 올라탔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방의제21 수립에 나섰고, 2000년에는 지방의제21 전국협의회가 창립되어 2006년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이름을 바꾸며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방의제21 활동은 2002년 요하네스버그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서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의제21이 방향을 제시한 계획서였다면, 2015년 9월 유엔총회가 채택한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는 기한과 숫자가 붙은 약속입니다. 2030년까지 달성할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를 정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나라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어떤 국제 합의보다 야심찬 기획입니다.
17가지 목표는 무엇인가요
2030 의제의 심장이 바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가지입니다. 빈곤 종식(1번)에서 시작해 목표 달성을 위한 파트너십(17번)까지 이어지는 이 목록을, 2030 의제의 전문은 다섯 개의 P로 요약합니다.
- 사람(People) — 빈곤과 기아를 끝내고 모두의 존엄과 잠재력을 보장한다 (목표 1~5 등)
- 지구(Planet) —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기후 대응으로 지구를 지킨다 (목표 6, 12~15 등)
- 번영(Prosperity) — 모든 사람이 풍요를 누리는 경제를 자연과 조화 속에 만든다 (목표 7~11 등)
- 평화(Peace) — 공정하고 포용적인 사회와 제도 없이 지속가능발전은 없다 (목표 16)
- 파트너십(Partnership) — 이 모든 것은 세계적 연대로만 가능하다 (목표 17)
17개 목표는 각각 독립된 과제가 아니라 서로 맞물린 하나의 그물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자료집의 2권에서 목표를 하나씩 뜯어봅니다 — 17가지 목표 하나씩.
한국은 어떻게 이행하고 있나요
한국의 이행 체계는 한 번의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 2007년 —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이 제정되어 2008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이 국가 정책의 큰 틀로 자리 잡는 듯했습니다.
- 2010년 —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이 법은 ‘기본법’ 지위를 잃고 환경부 소관의 지속가능발전법으로 격하되었습니다. 국가 운영 전반의 원칙이었던 지속가능발전이 한동안 환경 부처의 한 분야로 좁혀져 있었던 셈입니다.
- 2022년 — 새로 제정된 지속가능발전 기본법이 7월 5일 시행되면서 지속가능발전은 다시 국정 전반의 기본 원칙이 되었고, 대통령 소속의 지속가능발전 국가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소속의 지방위원회가 이행을 총괄하게 되었습니다.
법이 이름을 되찾는 데 12년이 걸린 이 역사는, 제도라는 것이 한번 만들어지면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목표 차원에서는 2018년 12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유엔 SDGs를 우리 실정에 맞게 다듬은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가 수립되었습니다. 17개 목표 아래 122개 세부목표와 214개 지표를 두어 달성도를 숫자로 점검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고, 수립 과정에 시민사회와 전문가 작업반이 참여했습니다. 지역 차원에서는 앞서 본 지방의제21의 유산을 이어받은 각 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들이 지자체·시민과 함께 지역의 이행을 맡고 있습니다.
이 모든 체계의 헌법적 뿌리는 제35조입니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환경보전 의무를 지운 이 조항이 있기에, 지속가능발전은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정책 취향이 아니라 헌법이 명령하는 과제가 됩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제10조가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지키려는 것은 결국 오늘과 내일의 사람이 존엄하게 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출처와 더 읽을거리
-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공식 사이트 — sdgs.un.org
- 지속가능발전포털(국가 공식) — ncsd.go.kr : 국제·국내 전개 과정과 K-SDGs 전문
- 국가법령정보센터 — 지속가능발전 기본법 전문
-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 sdkorea.org : 지방의제21에서 이어진 지역 이행 조직
- 주제 특집: 지속가능발전과 기본권 — 17개 목표를 헌법의 눈으로 읽는 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