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거짓 정보는 민주주의를 병들게 합니다. 그런데 국가가 '거짓'을 정해 처벌하면 더 위험해질까요?

무슨 이야기일까요

선거 전날 퍼지는 조작된 소문, 감염병 시기의 가짜 치료법, 클릭 수를 노린 날조 기사.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정보는 이제 몇 시간 만에 수백만 명에게 도달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믿고 투표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기대거나, 억울하게 지목된 사람이 공격받는 일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해 보입니다 — “거짓말을 퍼뜨리면 처벌하면 되지 않나?” 그런데 여기서 어려운 질문이 시작됩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거짓’을 판정할까요? 판정하는 권한을 국가가 쥐면, 그 권한이 정부에 불리한 말을 지우는 데 쓰이지는 않을까요? 거짓말도 표현의 자유일까요?

이 질문에 우리 헌법재판소가 정면으로 답한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미네르바 사건’입니다.

헌법은 무엇이라고 말하나요

제21조 제1항.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리고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못 박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미네르바 결정. 2008년 금융위기 무렵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경제 전망 글을 올리던 누리꾼이 허위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적용된 법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 28일 이 조항에 위헌을 결정했습니다(2008헌바157등). ‘공익’이라는 개념이 너무 불명확해서, 무엇이 처벌되는 말인지 국민이 미리 알 수 없고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 — 즉 명확성 원칙 위반이 핵심 이유였습니다. 이 결정으로 ‘허위통신’ 자체를 처벌하던 조항은 사라졌습니다.

다만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 결정은 “거짓말은 무엇이든 자유”라는 뜻이 아닙니다. 특정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사실은 지금도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됩니다. 헌재가 문제 삼은 것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 ‘막연한 공익’을 이유로 국가가 말의 참·거짓을 재단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무엇이 부딪히나요

  • 표현의 자유(제21조) vs 공정한 선거·공론장 — 허위정보는 유권자의 판단을 왜곡해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막는 규제 역시 민주주의의 도구인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 표현의 자유 vs 명예와 인격권(제10조) — 특정인을 겨냥한 허위사실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남깁니다. 이 영역은 지금도 법이 개입하는 영역입니다.
  • 언론의 자유 vs 언론 피해 구제 — 2021년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쟁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자는 안을 두고, 피해 구제를 강화한다는 찬성론과 권력 감시 보도를 위축시킨다는 반대론이 격돌했습니다. 국제기자연맹·국경없는기자회 등 국내외 언론·인권단체들이 철회를 요구했고, 개정안은 2021년 9월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어 입법되지 않았습니다.

두 입장을 그대로 봅니다

“허위정보에는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 허위정보의 해악은 실재합니다. 선거를 조작하고, 방역을 무너뜨리고, 특정 집단을 향한 증오를 선동합니다. 플랫폼 시대의 거짓은 정정 보도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지고, 한번 믿어진 거짓은 사실이 밝혀져도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진실이 이긴다’는 믿음은 알고리즘이 자극적인 거짓을 더 많이 보여 주는 환경에서는 순진한 가정일 수 있습니다. 시장이 실패하면 규칙이 필요합니다.
  • 독일은 2017년 네트워크집행법(NetzDG)으로 대형 SNS에 ‘명백히 위법한 콘텐츠’를 신고 후 24시간 안에 삭제할 의무를 지웠고, EU는 2022년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신고·조치 절차와 투명성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표현 자체가 아니라 유통 구조를 규율하는 길이 이미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의 진실 판정은 더 위험하다”는 입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 핵심 질문은 ‘거짓이 해로운가’가 아니라 ‘누가 거짓을 판정하는가’입니다. 판정권을 쥔 권력은 자신에게 불리한 비판을 ‘가짜뉴스’로 낙인찍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에서 처벌 대상이 된 것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전망이었습니다.
  • 처벌의 위협은 거짓말쟁이만 침묵시키지 않습니다. 확신이 없는 사람,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 취재원이 약한 언론이 먼저 입을 닫습니다. 이것이 위축 효과입니다. 과학적 통설도 처음에는 소수의 ‘틀린 주장’처럼 보였다는 점에서, 참·거짓의 경계는 토론 속에서 움직입니다.
  • 명예훼손·사기·선거법 위반처럼 피해자와 해악이 특정되는 거짓은 이미 처벌됩니다. 그 바깥의 막연한 거짓까지 국가가 걸러내려는 시도는, 미네르바 결정이 보여 주었듯 명확성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입장 모두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말합니다 — 한쪽은 거짓의 홍수로부터, 다른 쪽은 검열의 유혹으로부터. 그래서 최근 논의는 형사처벌 대신 플랫폼의 자율규제, 독립적인 팩트체크, 정정과 반박이 잘 보이게 하는 설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쪽으로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어디에 무게를 둘지는 여러분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흔한 오해 바로잡기

오해: “미네르바 결정으로 이제 인터넷에서는 어떤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사실: 헌재가 없앤 것은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통신’이라는 불명확한 처벌 조항입니다. 특정인에 대한 허위사실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2항, 정보통신망법), 사기,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선거법 위반 등은 지금도 처벌됩니다. 피해자와 해악이 분명한 거짓과, 국가가 막연히 ‘공익에 해롭다’고 판단한 거짓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다루어집니다.

오해: “가짜뉴스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가짜뉴스를 옹호하는 것이다.”

사실: 규제 신중론의 논거는 거짓 옹호가 아니라 권한 남용의 위험입니다. ‘거짓 판정권’이 언젠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부의 손에 쥐어져도 안심할 수 있는가 — 이것이 신중론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반대로 규제 강화론도 검열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오해: “해외 선진국은 다 가짜뉴스를 형사처벌한다.”

사실: 독일 NetzDG나 EU DSA는 ‘거짓말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위법한 콘텐츠(모욕, 협박, 증오 선동 등)를 플랫폼이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는 절차 규제입니다. 허위정보 그 자체를 폭넓게 형사처벌하는 방식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드물고, 그런 조항일수록 남용 논란이 따라붙습니다.

생각해 볼 질문

  • ‘명백한 거짓’과 ‘틀린 것으로 보이는 소수 의견’을 구분하는 선을 그을 수 있을까요? 그 선을 긋는 권한은 누구에게 주는 것이 가장 덜 위험할까요 — 법원, 정부 기관, 플랫폼, 아니면 이용자들 스스로?
  • 미네르바 사건에서 만약 그의 전망 글이 실제로 시장에 혼란을 일으켰다면, 처벌하는 것이 정당해질까요? 결과의 해악과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 저울질해야 할까요?
  • 언론 보도로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의 구제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자유가 부딪힐 때 — 징벌적 배상 외에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을까요?
  • 여러분이 SNS에서 그럴듯한 뉴스를 보고 공유 버튼을 누르기 전, 스스로 할 수 있는 확인은 무엇일까요? 법이 아닌 시민의 습관이 바꿀 수 있는 몫은 얼마나 될까요?

🔗 관련 기본권

제21조 ·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